손님들에게 부활절 아침 편지를 띄우다.
부활절 아침입니다. 기독교인이든 다른 종교를 믿든 또는 아무 종교도 없든지 누구나 이 맘 때 쯤이면 밝고 환한 기분에 젖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화사한 계절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 부활절 분위기는 정말 낯섭니다. 이런 느낌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 낯선 상황이 제가 맞는 올 부활절과 이 계절의 뜻을 다시 새겨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세탁소를 시작했던 30여년 전에 부활주일 전 한 주간은 일년 중 세탁소가 가장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새벽에 세탁소에 나와 밤 늦게까지 일했던 기억이 있답니다. 특히 흰색 정장과 흰색 드레스, 흰색 블라우스에서 아이들의 옷까지 흰색 빨래들이 연중 가장 많이 쌓이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그런 풍습들은 사라졌습니다. 부활주일 전 한 주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한주간이 되었고, 최근 십여 년 이래로는 오히려 평소보다 한가한 주간이 되었답니다. 이미 사라진 풍습에 더해 부활절 휴가철를 보내는 사람들의 유행도 달라진 탓입니다.
사람살이 모습이 늘 그렇듯, 변해가는 주변 상황에 적응하며 살게 마련인지라 이 맘 때 세탁소가 한가해진 모습에 그려러니 하며 산답니다.
올 부활절은 그런 한가함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누군가 제게 당신은 어떤 종교를 가졌느냐?고 물을 때면 저는 크리스챤이라고 대답을 하지만, 그다지 성실한 신자는 아닙니다. 일년에 교회 나가는 회수라야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랍니다.
다만 종교에 대한 관심은 많은 편이어서 성서나 불경 또는 유교의 경전들을 틈나면 손에 들고는 한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것에 얼치기랍니다. 단 내 직업인 세탁업에 대해서는 얼치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얼치기인 제가 느끼는 올 부활절 아침의 생각이랍니다. 비록 이런 부활절은 처음이지만 부활의 뜻은 변함없이 한결 같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입니다.
얼치기인 제가 새기는 변치 않는 부활의 뜻이랍니다. 하루 하루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며 이웃들에게 밝고 맑은 정(기운)을 전하며 사는 삶의 현장이 바로 제가 부활하는 모습이라는 생각 말이지요.
부활절 아침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활의 아침이 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