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 넘게 휴가 중이었습니다.
뭐 가치관의 혼동이라는 말로 어렵게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요?
이제껏 믿고 살아왔던 지난 세월들이 다 헛 것이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앞으로 내가 해 나가고 싶은 일들이 끝내 헛짓이고야 말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들이 저를 한 쪽으로 막 밀어 붙였답니다.
그래 정신없이 마구 남의 생각들을 파헤쳐 보았답니다.
지난 일에 대해서는 역사를 다시 돌아 보는 것이었고, 앞날에 대해서는 유사한 경험들을 곱씹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유심사관唯心史觀, 유물사관唯物史觀, 민중사관民衆史觀, 기독교사관 등으로 대표되는 서로 다른 사관으로 해석한 한국사 책들을 죽 훑어 보았습니다.
나의 삶의 자리, 곧 한인 이민자로서 미국의 자영업자들의 미래라는 측면에서 성공한 사례들을 훑어 스크랩했습니다.
올 여름 휴가였던 셈입니다.
결론입니다.
무릇 사람의 역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두어 주 전에 딸아이가 Haiti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아이의 Haiti행을 반대했었습니다.
“너와 네가 속한 그룹의 만족을 위한 여행이 될 것이므로”라는 제 반대 의견은 아이에게 묵살 당했고 아이는 잘 다녀왔습니다. 아이는 많이 느꼈다고 했고, 나는 허상만 보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딸아이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네가 아이티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역사를 보아라” 라고…
모를 일입니다. 아마 딸아이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딸아이의 아이티 선교로 인해 달라진 것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한달 간 책으로 얻으려 했던 해답을 얻은 것입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을 길게 늘려보니 역사의 시계는 어느 곳에서건 이것이 기독교적으로 천국이던, 헤겔이 말하는 자유확대사건, 완벽한 공산주의 사회이던, 민중이 주인되는 사회이던… 무어라 말하던 어제보다는 나은 내일로 나아간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이 엄청나게 큰 나선형 그림으로 나아가기에 때론 바닥이라고 느낄 뿐!
올 여름 휴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