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비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졸다가 깨다. 책상 앞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다 싶었는데 그새 생각이 아니라 잠에 빠졌던 모양이다.
일기예보는 언제나 좀 호들갑이다. 4에서 7인치 정도의 눈과 얼음비가 내린다고 아침부터 요란을 떨었다.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일기예보에 지친 하루였다.
일기예보는 변덕스런 날씨나 사람들 마음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쪽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예보대로 비가 오다가 눈이 내리고 얼음비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다시 눈이 내리는 밤이다.
가게 이전을 한 주 앞두고 가족들과 손님들을 초대해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눈길에 함께 한 가족들과 오랜 친구가 된 내 가게 손님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함께 하지 못한 딸아이 대신 잔치 사회를 맡은 며늘아이를 넋 놓고 바라보는 아들녀석 만큼 나 또한 아이가 대견스럽다. 눈길에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내게 며늘아이가 물었다. ‘아버님, 저 잘했어요?’
사실 오늘 그 자리는 아버지 어머니를 위한 자리였다. 그 자리가 한번 있어야 맘이 편한 분들이었기에 장로인 매제의 기도와 함께 형제들이 함께 했다. 모두 참 고맙다.
그리고 눈길을 마다 않고 함께 한 내 손님이자 이젠 모두 머리에 허연 눈들을 이고 사는 인생의 길동무들이 참 고맙다. 이런 길동무들을 이어주는 이는 언제나 내 아내다.
잔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미끄러웠다.
아들 내외가 집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부모님에게 감사 전화를 드린 후 밀려든 잠에 그렇게 잠시 빠졌었던 모양이다.
아버님은 서설瑞雪이라고 하셨다.
무릇 세상 일이란 받아 느끼는 사람의 몫일 터이니.
하여 서설瑞雪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