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 온 우리 부부는 한참을 웃었다. 집사람은 웃으며 거의 넘어갈 지경이었다. 우리 부부를 그렇게 웃게 한 것은 두어 주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  경찰 기록이었다.

크게 다친 데는 없지만 이런 저런 사고 후유증들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내 차는 폐차 처리가 되었으며 아내와 나는 어깨와 허리 통증으로 의사와 물리 치료사를 찾곤 한다.

내 쪽과 상대편 보험회사와 사고 처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중요한 기록은 사고 당시 경찰 기록이었다. 어느 쪽 과실이냐는 판단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경찰 리포트를 조회하려고 20달러 비용과 함께 조회 신청을 한 것이 열흘 전인데 오늘에서야 그 리포트가 배달되었다.

경찰 리포트에 따르면 100% 상대편 운전자의 과실이었다.

우리 부부가 그 리포트를 보다가 웃음을 빵 터트린 까닭은 양쪽 운전자들의 신상내역 때문이었다.

상대편 운전자는 26세 백인 여성이었다. 그리고 내 신상명세에 기록된 Race 항목엔 American Indian/Alaskan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기록을 남긴 경찰관은 30대 백인 남성이었다. 그의 눈엔 내가 아메리칸 인디언으로 보였던가 보다.

따지고보면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알라스카 인디언이나 모두 아시아에서 건너 온 이 땅의 주인들일 터이니, 그 젊은 백인 경찰관은 내 얼굴에서 이 땅 주인들의 조상을 보았을 터.

웃으며 한주간을 마감할 수 있게 한 그 젊은 경찰관에게 감사를.

11/ 3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