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철 들까?

이순(耳順) 나이에 이르르면 매사 넉넉히 듣는다던데, 쉽게 발끈하여 속내를 드러내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정(性情)은  고칠 수 없는 병인듯 합니다. 어제, 오늘 아내의 이어지는 잔소리를 ‘허허’웃으며 감내하는 까닭은 제 고질병을 익히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위한답시고 올들어 몇 번 참석한 모임에서 일어난 일이랍니다. 어느 해부터인가 제가 피하는 자리가 있답니다. 정치 이야기, 종교 또는 믿음 이야기를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이들과 나누어야 하거나, 또는 익히 잘 아는 사람들이지만 저와 성향이 다른 이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때  애초 자리를 피하거니와, 마지못한 자리라도 슬그머니 피하곤 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올들어 몇 번 아내와 함께 참석했지만 그 때마다 후회를 안고 돌아 온 자리였답니다. 끝내 제 병이 도지고 말았던 것이지요.

사연인즉  <‘하나님의 사람’과 ‘보통  나 같은 사람(제가 아니고  말을 하던 화자랍니다)’과는 확연한 어떤 차이가 있어서 비교 불가하고 그렇게 될 가능(하나님의 사람)이 ‘나같은 사람(화자)’에겐 없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만 제가 발끈해 버렸다는 이야기랍니다.

그  이야기를 하신 분은 중절모가 정말 잘 어울리는 멋진 노년이시랍니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시고  칠순을 바라보시며 조곤조곤 삶을 즐기며 정리해 주시는 이야기들이 썩 매료되는 멋진 양반이시랍니다.

그런데 그만 그런 양반의 이야기 허리를 뚝 끊고 “그건 아니오!”라고 선언을 해 버렸으니 아내의 걱정이 이틀이나 이어지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 터입니다.

그러나 아내의 잔소리에 ‘허허’거리며 눙치는데는 내심 ‘내 고질병은 나름 옳은 구석이 있다’는 고집이 꽈리틀고 앉아있거니와  ‘요기서 밀리면 또 그 모임에 이끌려 나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상황’을 피해 보자는 꼼수도 곁들여 있는 것이랍니다.

자! 이쯤 제 이야기입니다.

<역사 이래, 살다 죽은 또는 지금 살고 있는,  아니 앞으로 나올 세상 사람 누구나 다 100% ‘하나님의 사람’인 사람은 없고, 100% ‘평범한 사람’도 없다. 신 앞에서는…. 다만 1-99% 사이의 ‘하나님의 사람’, ‘평범한 사람’을 범위를 나누며 상대 우위를 나눌 수는 있겠지만….. ‘하나님의 사람’과 ‘평범한 사람’을 쫙 줄 긋듯 가르는 것은 참 위험하다. (지배의 논리, 죄의 온상이 거기서 싹 트므로…)>

그렇게 운운 했던 것인데….

아무튼 아내의 이야기는  “니가 잘난 척”했다는 것인데 일견 수긍하는 부분도 있고, 그래 허허거리고 마는 것이지요.

그러다 어제 바티칸 뉴스 하나에 오늘 제가 힘을 다시 얻어 “그려, 모임을 피할 까닭은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답니다.

Francis 교황께서 미사를 통해 하신 말씀이랍니다.

pope-francis_original

그 기사를 제가 읽은 까닭은 <Confession is not like dry cleaners, but is encounter with Jesus (신앙고백 또는 고해란 세탁소에 가는 것 같은 것이 아니라, 예수를 만나는 것이다.) >라는 기사 제목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 내용 가운데 하나랍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용기 나아가 기쁨으로 “죄인이라는 우리의 진실을 가지고” 예수님 앞으로 가야한다고, 교황은 말했다.  “우리가 겸손하고 친절하며” 진실된 것을 “요구하시는 신 앞에서 우리는 결코 우리 자신을 기만해서는 않된다.” (However, people must go before the Lord with courage, even joy, “with our truth of being sinners,” he said. “We must never disguise ourselves before God,” who “asks us to be humble and kind” and truthful.)>

결코 100% ‘하나님의 사람’일 수 없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는 용기, 그 안에서의 기쁨 – 바로 신앙이요, 믿음이지요.  역사이래 생명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지요. 단 하나 신과 신이였던 사내 빼고 말입니다.

거기 누구라도 사람이 비집고 들어가거나, 그걸 용인하거나 사칭한다면 그게 바로 죄요, 신에 대한 모독인 셈이지요.

그래 발끈했던 것이지만, 암튼 아내의 걱정을 듣는 한 저는 아직 철이 덜 들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