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내 가게까지는 약 10마일, 내겐 하루 20마일이면 늘 족하다. 이즈음 내 생활 반경이 그러하므로.
그런 내가 어제 오늘 사이 족히 350마일을 오갔다.
아내가 장고춤에 이어 소고춤을 배운다고 선생님을 찾아 나서는 길에 기사 노릇하기로 약속한 날짜는 원래 오늘이었다.
두어 주 전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 “얘야! 애들 이사 간 새집엔 언제 가는게냐?” 그 말씀에 아들 내외를 재촉해 오늘 약속을 잡고 아내의 연습은 어제로 당겼었다.
아내가 춤 배우러 오가던 길, 때때로 시속 90마일을 밟기도 했다. 모처럼 쉬었다는 느낌이었다.
일요일 아침은 참 좋다. 창문을 열고 새소리를 들으며 가게 손님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시간과 아내가 교회에 간 시간을 특히 즐긴다. 중국의 스타 철학자라는 조사림(趙士林, 자오스린)이 해석하는 맹자를 읽으며, 이즈음 뉴스들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기쁨을 맛보다.
오후에 부모님을 모시고 아들내외 집을 찾는다.
우리 부부는 애완 동물에 대한 관심이 없다. 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키워볼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들 녀석은 어릴 때부터 달랐다. 새에 대한 녀석의 지극정성으로 온 집안에 새털과 새똥이 뒹굴던 때도 있었다. 녀석은 결혼 이후 고양이를 키웠다.
보행기 도움을 받는 아버지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일은 무리였다. 아버지에겐 거실과 부엌만으로도 흡족하셨나 보다. 손주 내외를 위한 아버지의 기도는 제법 오래 이어졌다.
아이들은 빨강, 파랑, 초록으로 바뀌는 주방 조명을 소개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즐겁게 했다.
벽에 걸린 당신들의 사진이 매우 흡족하셨나 보다.
어머니 아버지나 우리 부부나 애초 부페식 식당과는 거리가 먼 식성이지만 돌연변이 아들 내외를 위해 고기 부페 식당을 찾았다.
아흔 넘는 연세에 당신 치아를 본래 그대로 사용하시고 돋보기 없이도 책을 읽으시는 아버지의 비결은 삼시세끼 식사에 대한 감사를 느릿느릿 곱씹는 것이 아닐까?
이젠 할머니, 어머니 소리가 입에 밴 며늘아이는 새로 옮긴 학교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감사하다, 감사하다”를 말을 연이으셨다. 아버지는 “그럼, 그럼” 추임새를 넣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