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thday girl

연휴를 맞아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 아내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 보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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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채근을 받으며 집을 나서 오랜 친구 Kathy의 생일 파티장으로 향한다. 얼마 전 Kathy의 아들 Christopher에게 받은 초대장에 써 있는 글귀다. “3/4세기를 살아 온 우리 어머니 Kathy를 위한 파티에 초대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지금처럼 매 주 두 세 차례 롤러 스케이트를 앞으로 25년을 더 타시면 그 땐 한 세기를 기념하는 생일 잔치를 열 것입니다만, 혹시 그 때 당신이 오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알려드리오니 이번 잔치에 꼭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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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일흔 다섯인 Kathy는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십대 소녀 같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난 25년 사이에 그녀가 겪어 온 세월이나, 우리 부부가 헤쳐 온 시간들에 쌓여 온 삶의 주름들을 서로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소녀다. 그녀를 만나면 춤과 노래와 삶에 대한 수다가 이어지는 아내 역시 그녀 또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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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Kathy의 두 아들과 며느리는 한껏 들떳는데, 그게 내 눈엔 참 좋아 보였다. Chris가 드린 식사 기도이다. “우리 어머니가 올해 75인데 75해 뒤에 오늘 같은 자리를 만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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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Kathy의 진짜 친구들인 70대 중 후반의 누나들과 80대 후반의 한국전 참전 용사 아저씨까지, 그들의 수다를 듣는 60대 중반의 청년은 그냥 사진이나 찍을 뿐. Birthday girl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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