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봄이라고 벌써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가게를 드나드는 젊은이들도 있다만 어느새 노년 할인을 받게 된 나는 아직도 겨울 점퍼를 걸치고 있다.

해는 이미 길어져 일 끝내고 돌아와도 한낮이다.

“얘야, 아직도 추운가 보다. 바람 소리가 맵구나!” 전화 속 목소리만은 아직도 정정하신 아흔 둘 내 어머니가 들으신 그 매운 바람에 뒷뜰 개나리, 이웃집 자목련 꽃잎들이 떨어져 날린다.

앞뜰 나이 오래 된 나무가 내민 꽃망울이 내게 말을 건넨다. “이 사람아, 봄은 이제 시작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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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한반도 종전(終戰) 운운하는 소식을 전하는데… 그것도 종잡을 수 없는 바람같은 Trump가 “They do have my blessing to discuss the end of the war”라고…

고목에 피는 꽃은 봄기운 때문이 아니라, 세월을 이겨낸 나무 스스로의 오랜 염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