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이런 추위는 처음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동네에 산지 서른 해가 넘었지만 이런 추위는 처음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자동차 수은주가 1도라고 가리켰다. 섭씨 영하 17도 이하였다. 일기예보로는 체감온도가 -10, 섭씨로는 영하 23도 이하란다. 벌써 몇 일 째인가? 여름 한 철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맥을 놓게 되듯 강추위에 그저 몸이 움추려 들 뿐이다.

문득 내 평생 가장 추웠던 겨울이 언제였던가 꼽아 본다. 나이 들면 지금과 가까웠던 세월보다 먼 옛날 일들이 또렷이 기억난다더니 생각은 빠르게 시간을 되돌린다.

그 땐 정말 참 추웠었다. 방안 그릇에 담긴 물이 얼었고, 자고 나면 벽엔 하얀 성에가 끼곤 했었다. 내 나이 열살 어간의 겨울이었다. 내 집이 가난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시절 내 동무들 대부분 그런 방에서 겨울을 지냈다. 그랬다. 그 땐 친구라는 말보다는 동무 라고들 했었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채 십여 년이 흐르지 않은 겨울이었다. 내 동무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북 사투리를 쓰던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 아이들 집 가까이에 가면 억세고 거세기가 동무들의 억양보다 몇 배나 높은 이북 사투리를 듣곤 했다. 동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 갈 무렵 즈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투리는 더는 듣지 못하게 되었고, 서울 말과 섞인 이북 사투리를 쓰시던 동무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들도 이젠 거의 세상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동무에서 친구가 된 내 어릴 적 벗들도 어느새 손주 손녀 이야기를 하는 나이들이 되었다.

그래, 그 땐 정말 참 추웠었다. 방안에 있는 그릇에 담긴 믈이 얼었고, 벽엔 허연 성에가 끼곤 했었다. 내 나이 열 살 어간의 겨울이었다. 내가 친구들을 아직 동무라고 부르던 시절이었다.

모진 추위가 이어지는 2018년 새해 벽두에 옛 일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