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차 모국 방문을 했던 필라 세사모 회원들이 유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와 전하는 소식 등을 실은 다섯번째 필라 세사모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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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 예은이를 잃은 유경근씨의 노모 이세자씨는 감리교단의 장로를 맡고 있는데 세월호참사 직전에 교단을 대표해서 한국여장로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세자씨 부부는 모두 장로를 맡아 온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세월호참사 이후 교인들과 소통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예은이 할머니 이세자씨가 교인들과 소통에서 겪는 어려움과 새롭게 열린 신앙의 눈을 이야기한 내용이다.
<유가족들 중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70~80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교회를 못 갑니다. 그 이유가 대개 목사님 때문이라고 합니다. 목사님들이 유가족들에게 “아이들이 천국에 갔으니 정신 차리고 제 자리에 돌아와야 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은 유가족들의 마음에는 비수가 꽂힙니다. 교인들은 또 “손주가 이제 천국 갔으니 좋게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나도 아이들이 천국 가 있는 거 알아”라고 말은 합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결코 그들이 치유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교회를 더 못 갔습니다. 교회에 나가면 더 아파야 하니까요. 그래서 따로 모여서 예배를 드립니다.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을 보고 제자들이 예수님께 “저렇게 소경이 된 것은 누구의 죄냐고?”고 물었습니다. 예수님은 부모의 죄도 아니고 소경의 죄도 아니라고 하시죠.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쉽게 하는데, 그 말은 정말 잘 사용해야 합니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이 죽은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들은 손주 얘기도 듣고, 남편 얘기도 듣고, 지나가는 학생들 말도 들어야 합니다.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솔로몬도 백성의 소리를 듣고자 지혜를 달라고 했습니다. 똑똑하게 말하는 게 지혜가 아닙니다. 나이 먹을수록 더 들어야 합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생각을 한 다음, 말은 한참 있다가 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해 준 예은이에게 고맙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꼴통 같았던 이 할머니의 눈을 열어준 걸 생각하면 그 아이에게 고맙기만 합니다. 이 일이 아니었다면 저는 끝까지 제가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