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히 눈이 쌓인 날, 주문했던 책들이 왔습니다. 한국을 다녀온 후 읽고 싶었던 책들입니다.
친구 오시환이 지은 <자비를 나르는 수레 -오지에서 끌다>는 그가 지난 16년 동안 캄보디아 국경마을 ‘뽀디봉’에서 자비를 나르는 수레를 이끈 길을 따라가 보자는 마음으로 손에 넣은 책입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잠재한 최선의 본성을 살리기 위한 열쇠’를 이야기한다는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입니다. ‘사방천지에 안 좋은 소식뿐이다. 전 세계를 휩쓴 감염병에서 간신히 살아남는가 했더니 온갖 해묵은 문제들이 다시 불거진다. 도처에서 일어나는 군사 쿠데타며, 재앙의 벼랑 끝에 놓인 기후변화며’ 저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한국어판 서문 머리글입니다. 답답한 세상 소식을 들으면서도 어제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소망을 놓치 않으려는 생각으로 손에 잡은 책입니다.
<내전, 대중혐오, 법치>는 제가 살고 있는 미국이나 제 모국 대한민국의 오늘날 모습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주문해 본 책이랍니다.
그리고 한강 작가의 작품들입니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희랍어 시간>입니다. 그 동안 읽기를 미루며 그의 작품에 대한 글들이나 평, 뉴스까지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까닭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제가 참 편한 시간에 그의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눈은 주말에 또 내린다고 합니다. 부지런한 농부인 친구 병덕이는 봄 모종을 이미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눈밭 속에서 움을 틔우고 있는 봄이 곧 다가올 모양입니다.
눈과 함께 도착한 책장들을 넘기며 더불어 함께 사는 봄의 세상을 꿈꾸어 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