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비바람이 소리 내어 이어지는 날, 친구 서암 오시환과 한국의 수레꾼들이 걸어온 15년 이야기를 읽으며 보냈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알고 계획했던 일이 아닌데 브라이언 해어와 버네사 우즈의 공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 연이어 손에 든 오서암의 <자비를 나르는 수레-오지에서 끌다>였는데 책 두권이 마치 연작처럼 이어져 제게 다가온 것입니다.
마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조금은 허망한 듯한 끝을 이어주는 책이 바로 오서암의 <자비를 나르는 수레-오지에서 끌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는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삽화 “인류 진화도”를 소개하며 매우 의미심장한 명령을 던집니다. “인류 진화도”에서 시간의 흐름을 빼고 뜻을 새겨보라는 지시입니다. 수만년 전 기어 다니던 생물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직립형으로 진화되며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마침내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같은 시간에 삽화 속 생명체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그려 보라는 것입니다. 바로 비인간화가 판치는 오늘 세상에 대한 경고를 이렇게 말한답니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매카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연결해주는 이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26쪽에서)”
이제 오시환이 쓴 <자비를 나르는 수레-오지에서 끌다> 이야기랍니다.
<참삶 배움의 집>은 금호동 언덕배기 달동네 판자촌 마을에 있었던 야학교 이름이랍니다. 책 지은이 오시환보다 13살 위인 단 하나뿐인 누나는 1960년대 이 학교에서 구두닦이, 신문팔이, 거지들 바로 가난하고 못사는 아이들을 가르쳤답니다. 1970년대 대학생이 된 오시환도 누나의 길을 따라 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캄보디아 오지 가운데서도 오지였던 황무지, 이름도 처음 듣고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 학교를 세우는 일에 오시환이 발을 내딛게 된 것은 모두 인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작고 작은 불자들의 모임인 <자비를 나르는 수레꾼>의 초대 사무국장이 된 이후 그와 수레꾼 회원들이 캄보디아 뽀디봉 마을에서 이루어 낸 15년 동안의 이야기들 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우겠다는 발상은 기특했지만 간밤에 꾸었던 꿈처럼 막연하고 흐릿했습니다. 그러나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꿈을 멈추는 순간, 삶에 주어진 의미도 함께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꿈을 쫓아 수레를 끌고 이어 온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앙드레 말로> 의 말처럼 그들의 삶이 <캄보디아 오지 마을 뽀디봉에서 한국의 수레꾼이 끌고 밀고 사랑의 인연이 꽃으로 피고 열매를 맺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황무지에 우물을 파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세우고, 전기를 끌어와 환한 마을로 바꾸어 놓은 수레꾼들은 열 다섯 해가 되던 해에 ‘수레꾼 뽀디봉 공예학교’를 열었습니다. 목공예와 봉제를 가르치며 공예품들을 제작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지난 겨울 오시환부부의 꿈의 산실인 경북 봉화 농장에서 뽀디봉 봉제반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자랑하던 그의 모습이 선합니다.
<참삶 실천의 길>을 수레를 끌고 부단히 걸어온 수레꾼 대표 오서암은 이렇게 말합니다.
<수레꾼은 끝으로 말합니다. “씨앗이 있다고 무조건 싹이 트는 것이 아닙니다. 인(因, 씨앗)은 반드시 연(緣연, 자비의 수레)을 제대로 만나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이 피고 맛있는 열매를 맺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는 비인간화로 황폐해 가는 세상을 이겨내고 더불어 함께 오래 살아가는 열쇠로 ‘사랑’을 말합니다. 오서암과 수레꾼들이 손에 들고 사는 열쇠입니다.
<사랑이 길이란다/ 사랑이 힘이란다/ 사랑이 전부란다 – 박노해의 사랑은 불이어라 중에서>
*** <일흔 노구에 대견한 할배였습니다. 오토바이에 매달려 4시간을(그 황무지 길을) 달리다니….책 297쪽에서> 친구 할배 오시환에게 물개박수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