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그리고 축복

*지난 화요일 밤이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비상계엄 사태가 온종일 내 눈과 귀를 사로잡던 밤이었다. 아들 녀석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 녀석이 물었다. ‘도대체 한국 뉴스 뭐예요?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해요?’ 여기 언론들이 전하는 뉴스에 궁금증이 다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 엊그제 목요일 낮에 가게로 들어 온 손님 하나가 던진 말이다. “한국 뉴스 재밌더만! 여기보다 더 한 놈이 있더구먼. 한국사는 친구들에게 그런 놈은 빨리 없애라고 하쇼!”
    • 그리고 오늘 낮에 한국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아온 아내가 했던 말. “참 난감했네, 난감했어! 학생 하나가 묻는데, 어떻게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아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한국 드라마나 K-pop에 반해 한국학교를 다니는 완전 영어권 미국 성인들이다.

    한 주가 그렇게 저무는 시간, 한주간 급박하게 돌아갔던 한국 뉴스들을 찬찬히 훑어 보며 든 생각 몇 가지.

    김가,윤가 미친년놈들을 정점으로 한 패거리들의 난장에도 불구하고 애먼 사람들이 피 흘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그야말로 Dynamic Korea! 그 짧은 시간에 또 하나의 역사를 쓸 것 같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민주주의 진행의 역사 말이다.

    어찌어찌 살다보니 1960년 4.19, 1961년 5.16, 1964년 6.3, 1969년 3선개헌 반대, 1971년 위수령, 1972년 유신계엄, 이어진 70년대 긴급조치, 1979년 위수령 및 1980년 까지 이어지는 계엄령까지 두루 가까이서 보거나 몸으로 경험하며 살아왔다. 보면서 왜 그럴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아팠고, 겪으면서 아렸던 시간들이었다. 허나 돌이켜 그 시간들이 오늘의 한국 공동체의 큰 밑거름이었다.

    허나 짧은 시간 급속도로 변하다보니 사람들 모습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지었다. 함께 살려는 사람들과 나만 또는 내 편들만 살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더는 닿지 못할 만큼 멀어진 것 같다. 비겁, 비굴, 염치없음, 뻔뻔함, 간사함 등등 미친년놈들이란 말도 분에 넘치는 사람같지 않은 모습들에 분노가 치밀 때가 많다.

    그렇다고 딱히 슬픈 것만은 아니다.

    Dynamic Korea! 훌쩍 진보의 큰 걸음 한 보 내딛을 것이다. 백성과 국민을 뛰어넘어 시민의 깃발을 들고 나서는 이들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어찌하다보니 마침 모국 방문이 코 앞이다. 나도 그 시민들 속에 어을려 깃발 날리는 축복을 누려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