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

제 가게 뒤편 주차장은 언제나 텅 비워져 있습니다. 이따금 건물 입주자들이나 배달 또는 수리 차량들이 이용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늘 빈 공간입니다.

헌데 지난 주는 예외였습니다. 아침 안개가 멀리 사라지기 전인 이른 시간부터 주차장은 꽉 메워져 있었습니다. 가게 건물 뒤편에 있는 시 보건시설 건물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었기 때문입니다. 보건시설 주차장이 이미 꽉 찬 탓에 차들이 이웃 주차공간들까지 점령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제가 사는 주의 투표결과는 너무나 뻔하거니와 당락에 끼치는 영향도 아주 미미하답니다. 선거인단 수가 고작 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랍니다. 아무튼 이번 선거열기는 제법 뜨거운 듯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살 때 대통령 선거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답니다. 제가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답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았던 때엔 유신헌법과 이어진 전두환 시절이라 그랬답니다.

이민 이후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시민권을 얻어 제 생에 첫 대통령 선거를 한 것이 2000년 공화당 아버지 부시와 민주당 엘 고어가 붙었던 때였답니다. 세어보니 올해 선거가 벌써 일곱 번 째입니다.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해 본다는 들뜸과 그 때만 하여도 나름 젊었던 탓에 정치참여 단체에 이름을 올리고 제법 열렬히 선거운동도 했답니다. 아시안계 이민자들을 위한 정책과 한반도 통일 까지는 아니어도 평화에 대한 정책, 그리고 정부 지원을 받는 영세민 상태를 겨우 벗어나 의무는 다하되 아둥바둥 살아가는 중산의 최하층인 제가 속한 계급을 위한 정책 등에 가장 적합한 인물들을 위한 운동이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물론 대통령선거 뿐이 아니었지요. 다 지나간 이야기입죠.

이젠 그저 혼자 중얼거리며 비나리만 한답니다.

‘더는 갈라치기 말고…. 더는 싸우지 말고…. 있는 편들은 조금 덜며 살고…. 없는 쪽은 조금 더 치열하게… 피선거권자들이 아닌 선거권자들이 조금만 더 현명해지기를…’

그냥 그저 그런 비나리입지요.

여기나 저기나 거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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