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열에

어제 아침 일입니다. 빨갛게 떠오르는 해도 서늘한 날씨에 놀랐는지 구름 속에 숨어 빛을 발하고 있었답니다. 늘 그렇듯 토요일 아침은 저도 좀 게으르답니다. 가게 문을 열려고 하는데 바로 문 앞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누워 파르르 떨며 곧 넘어가려는 듯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깃털도 몇 개 빠져 있었답니다.

‘도대체 왜 여기서…’하는 생각은 이내 숨은 답에 이르렀습니다. 여린 아침 햇살이 드리운 하늘을 담은 가게 유리창을 창공으로 착각한 녀석이 들이받아 일어난 일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녀석은 게으른 아침을 떨치고 일에 빠져야 할 나를 조금 허둥거리게 하였습니다. 우선 녀석을  햇살이 들지 않는 기둥 그늘로 옮겨 놓고는 가게 문 열 준비를 하였답니다. 신경이 온통 녀석에게 꽂혀 급히 가게 문을 열고는 작은 종지에 물을 담아 녀석 부리 앞에 놓아 두었습니다. 녀석은 곧 스러질 듯 여린 숨을 할딱일 뿐 내 부산한 몸짓엔 아는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한 시간이 가까이 지날 무렵까지 녀석은 그렇게 맥을 못 추고 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고 손님들은 들락거리기 시작하여 녀석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바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반 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녀석이 물을 쪼는 것을 보게 되었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녀석은 깡총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해가 구름을 벗어날 즈음 녀석은 휑하니 날아갔답니다.

일도 잠시 잊고 녀석을 쳐다보던 제게 일기 시작한 것은 작은 희열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깊어 가는 가을의 나른한 아름다움이 그 희열을 더하여 주었습니다. 떨어져 구르는 마른 나뭇잎들 마저 바람에 살아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살아있음. 그 희열에, 감사에.

24년 시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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