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욕심으로 노동을 이어갈 나이는 지났나 봅니다. 몸이 영 맘을 쫓아가질 못합니다.
노동 뿐만이 아닙니다. 세상 뉴스를 쫓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둔 여기 뉴스들도 쫓아가기 바쁘고, 한국 뉴스들에 이르면 그야말로 공부하지 않고 받기엔 정신이 사나울 지경입니다.
새 소식을 전하는 각종 소식통들은 매사 호들갑에 장사속을 지나치게 드러내어 피곤케 합니다.
아직 작가 한강의 소설 하나도 읽어 보지 못한 나는 차마 그의 세계에 가 닿기도 전에 그의 소식을 전하는 소식들로 하여 지치는 듯하답니다.
다만, 상을 수여하는 이들의 선언이 ‘아픔으로 지쳐 한이 쌓인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만나 보라’는 소리로 들려 귀가 솔깃 열렸답니다.
뉴스의 열풍이 잦아드는 날, 차분히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우려 볼 요량이랍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와 낙엽 밟는 소리에 온 몸이 반응하는 시리게 아름다운 가을날입니다.
이런 날에 모국어로 노벨 문학상 수여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은 그저 설렘입니다.
시공간을 넘어 누군가의 아픔을 부퉁켜 안고 기억하며 그 아픔의 짐을 함께 이고지고 가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사는 맛이 아닐까 하답니다.
비록 몸은 맘보다 느린 때에 이르렀지만,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이 도처에서 제 눈길을 기다립니다.
참 아름다운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