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맘 때면 나도 모르게 절로 흥얼거리곤 하는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정태준이 시를 짓고 곡을 얹은 ‘가을이 오는 소리’ 또는 ‘추심(秋心’입니다.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내 맘에서 오는 소리/ 아, 아 잎은 떨어 지는데 /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내 맘에서 오는 소리/ 아 아 잎은 떨어 지는데 /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지는 잎에 사연 적어 시냇물에 띄어볼까/ 행여나 내 님이 받아 보실까/ 아 아 기러기는 나는데 / 깊어가는 가을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족히 한 스무 해가 지나간 것 같습니다. 안산 시립 합창단이 필라델피아에 와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날 밤, 모처럼 짧게 누렸던 내 문화생활의 여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답니다. ‘내 맘의 강물’,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등과 함께 ‘가을이 오는 소리’를 흥얼거리며 살고 있는 연유랍니다.
올해도 어느덧 깊어져 가는 가을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갑니다. 시인의 노래처럼 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이 가는 소리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기러기 날개 짓 소리 보다 먼저 내 맘에서 들리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어디 계절이 오고 가는 소리 뿐이겠습니까? 세월이 흐르는 소리, 시대가 바뀌는 소리, 내 삶의 여정 그 마디 마디 이어가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게 바로 제 맘일 터이지요.
그렇게 또 하나의 가을이 내 맘 속에서 깊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