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철들려면 멀었나 보다. 마음은 이미 저만큼 가 있건만 몸은 어찌 그리 더딘지. 이젠 몸 뿐 아니라 말조차 어눌해 진다는 느낌이 들 때면 공연히 맥이 풀리곤 한다. 다 철이 안든 탓일게다.
암투병으로 부쩍 늙어버린 오랜 단골 손님이 환하게 활짝 핀 얼굴로 가게를 찾아왔다. 세탁물과 함께 앙증맞은 호접란 화분을 선물로 주고 갔다. 맞아!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음에 틀림없다.
모처럼 개인 하늘 아래 오후, 서로들 이 계절의 주인이라고 뽐내는 내 뜰의 꽃들을 보며 몸과 맘의 속도를 맞추다. 신기하기도 하지. 물 주고 거름 주고 정을 준 꽃들보다 그냥 자란 꽃들을 보며 속도를 맞추었으니. 그래…. 나도 언젠가는 철이 들겠지.
내 가게 뒤쪽으로 나들이 온 오리가족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 하나. “흐음, 더는 새끼일 수도 없고…. 애비 애미도 아니고….”
난 여전히 뒤뚱거릴지라도 이젠 철들 나이임에 틀림없다. 삶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