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한 시간 반을 달려가 두 시간 동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그들이 겪어 온 그리고 오늘도 겪어내는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다. 지난 십 년 쌓이고 쌓인 두 사람의 한(恨) 맺힌 이야기들이었다.

다시 한 시간 반을 달려 돌아오는 길, 곰곰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니, 그들의 이야기는 맺힌 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네들이 아픈 마음으로 토해낸 이야기들은 한을 푸는 이야기들이었다.

십년 전 그야말로 허망하게 먼저 떠난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살며 그네들이 걸어 온 이야기들은, 생명을 생명으로 귀히 여기며 사는 공동체야말로 그들의 한을 풀어내는 세상이라는 고백이며 선언이었다.

멀리 한국에서 여기까지 그 피곤한 몸과 맘으로 지난 십년 그네들이 한풀이로 이루고자 하는 세상을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자리에 함께 모인 내 오랜 벗들이자 반가운 얼굴들.

나는 다시 신(神)의 긴 호흡을 믿으며, 그 자리에서 불렀던 노래를 웅얼거리며 내려왔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