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이란다. 젠장! 문을 잠그고 집을 나서 한참을 가다가 ‘잠궜었나?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에이!’하며 오던 길 되돌아 보는 일이 잦아지는 내게 그 이름은 너무 길었다. 피렌체 대성당(Duomo di Firenze)으로 줄이면 아직은 기억할 만하다.
두오모(Duomo)라는 뜻이 대성당 또는 하나님의 집이란다. 하루 온 종일 하나님의 집 근처를 열심히 걸어 다녔다. 피렌체 대성당을 비롯해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accademia), 재래시장인 중앙시장(Mercato Centrale) 등 이었는데 그야말로 꽉찬 하룻길 걷기였다. 신기하기도 하지. 거기에다 두오모 성당 꼭대기 까지 460여개 계단을 오르 내렸건만 우리 모두 멀쩡했다는 사실이다. 아내나 나나, 최권사 내외나 아직은 괜찮은 나이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날 극도로 대비되는 두가지 모습들에 대한 생각은 아직 정리 중이며, 좀 공부를 해야겠다.
뭐 대단한 게 아니다. 대리석 한 장에 바들바들하는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그 수많은 대리석들로 이루어진 그 거대한 건축물들과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뭔가 뜻과 이야기가 있는 듯한 미술품들과 곧 숨을 쉴듯한 조각들, 도대체 상상할 수 없는 듯한 작업으로 이루어진 천장화와 벽화들…. 도대체 어떤 열정과 무슨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하는 의문들.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유물 하나. 그 거대한 구조물을 세우는데 사용되었다는 정말 열악하기 그지 없는 도구들. 그 가늠할 수 없는 사이를 메꾸어 나간 노력은 오로지 누군가 바로 사람이 인내하지 못할 극도로 험한 노동이었을 터.
그렇게 피렌체는 내게 무겁게 다가 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피렌체가 준 마지막 절정, 바로 미켈란젤로 그리고 다윗상(David of Michelangelo). 가히 창조에 버금 가는 듯한 사람의 솜씨. 쯔…. 내가 뭘 알까만.
대성당과 시장은 겨우 몇 걸음 떨어져 있었을 뿐. 하나님의 집은 늘 사람 사는 세상 가까이 있듯.
뿐이랴! 천재나 바보나 신의 잣대에 올라타면 다 거기서 거기일 터.
하여 피렌체 공부는 좀 해야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