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 주 전 일이다. 까닭 없이 왼쪽 발바닥이 아파 걸음걸이가 불편할 정도였다. 한 이틀 심하게 이어지던 통증이 조금은 가라 앉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발 앞꿈치로 바닥을 밟긴 불편했다. 계속 통증이 멎지 않으면 의사를 찾아 보면 될 일이었지만, 문제는 오래 전에 계획한 걷기 여행이 코 앞으로 다가 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걸음을 전혀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여행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걱정은 함께하는 친구 내외와 아내에게 행여 부담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드레 걷기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마치 내가 여행 전 며칠 동안 엄살을 떨었던 듯이, 떠나던 날까지 이어졌던 통증이 비행기를 타며 슬금슬금 사라지더니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땐 말끔히 가신 것이었다.
그렇게 걷다 온 곳들이 물의 도시 베네치아, 돌의 도시 피렌체, 이야기의 도시 로마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걸어 다녔던 곳들은 여섯 곳의 박물관과 미술관, 음악회 한 곳, 몇 곳의 성당들과 시장 그리고 맛집들과 숱한 유적들이었다.
사진 인화비 염려 없는 디지털 세상덕에 마구 셔터를 눌러 찍은 사진들이 거의 천 장에 이르렀으니 걷긴 참 많이도 걸었다. 그 걷기 운동 덕에 내 발바닥 통증이 절로 사라진 듯 하다.
지나온 이야기들을 일컬어 ‘족적(足跡)’이라 하는 걸 보면 걷는다는 게 곧 사람살이 일 터이다.
그렇게 걸으며 옛 사람들이 걸어 온 이야기들을 보고 들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연의 이야기, 사람과 자연을 품은 신의 이야기들이 넘쳐 났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그저 덤이었다.
짧은 걷기 여행 동안, 순간 순간 내 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던 감사의 기도가 있었다. 나 혼자 걷지 않고 함께 하는 이들이 있음에 대한 감사였다. 바로 최권사 내외와 아내에 대한 감사 그리고 집을 나서서는 좀처럼 디지털 대화는 커녕 전화조차 하지 않던 내가 카톡 대화를 나누던 옛 친구들에 대한 감사….
어찌 이번 여행 뿐이랴! 때론 성급한 걸음으로 어느 땐 누구보다 뒤처진 걸음으로 걸어 온 내 인생살이 모든 걸음걸음 마다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감사, 끝내 신에 대한 감사에 이르기 까지…
그 맘으로 이어보는 사진 정리와 여행 이야기. 이름하여 “여행 – 성(聖)과 속(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