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젠 푸근한 겨울이 좋다.’고 내심 겨울답지 않은 겨울에 감사하며 지냈더니, ‘요놈아! 내가 어디 네 놈만 아는 줄 아느냐!’며 겨울다운 겨울이 매섭게 다가온 어제 오늘이었다.

한 4인치(10센티) 정도 내린 눈이야 그렇다 쳐도 갑자기 9도(섭씨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매서운 추위에 몸이 한껏 움추러 들었다. 모레는 눈이 4인치 정도 또 내린단다.

‘눈 치우는 일이야 운동 삼아…’하며 한 해 두 해 미루며 살았는데, 추위에 눈 치우는 일도 이젠 좀 되다.

한 서너 해 전 겨울이었나 보다. 눈을 치우는데 앞 집 사는 사십 대  Nathan이 성큼 성큼 내게 다가오더니만 ‘제가 도와 드릴게요.’하며 빠르게 눈을 치워 주었다. 내가 ‘고맙다’ 했더니 그가 맞받은 말, ‘에이고, 뭘요! 아들처럼 생각하세요.’

난 그때 속으로 깜작 놀랐었다.  그 전 해인가 앞집으로 이사 온 Nathan이 젊다는 것은 알았지만, 미국애들 특유의 겉늙은 모습 탓이었지는 나는 그를 친구처럼 생각했었는데, 그는 나를 아버지 뻘로 대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가급적 그와 같은 시간대에 눈을 치우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은근히 녀석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는….

이젠 우리 두 내외에게 적당한 작은 아파트로 이사할 때나 되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손녀딸이 걷기 시작하면 함꼐 놀아야 하는데… 아직은…

아이고, 이 촐랑거림이라니. 아직은 매섭게 춥고 눈 내리는 겨울 견딜만한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