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시월, 가을이다.

딱히 곰곰 따져 볼 일도 아니다. 모든 계절은 늘 오자마자 가버렸다. 이 가을도 역시 그럴 것이다.

하여, 오늘이야말로 내가 살아있음에 대해 감사하고 즐거워 할 일이다.

이제 누구나 다 겪으며 갔던 길, 늙음, 아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만나게 되는 길목 초입에 들어서는 나이지만, 아직 내 코 앞에 다다른 일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꿈꾸어 본다. 그저 이제껏 살아왔듯 두려움보다는 감사함으로 이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오늘,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계절을 맘껏 누리고 사는 하루를 위해  아내와 함께 가을 정원을 걸었다.

이런 날엔 내 일상 속에서 살아 숨쉬며 나와 함께 하는 신을 만나곤 한다. 그래 또 감사다.

내 뜰에도 가을이 내려앉아 머문다.

아름다운 날, 가을이다. 비록 또 떠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