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찌는 더위는 여전하지만, 어제 오늘은 제법 상쾌한 여름날이다. 해는 따갑지만 마른 바람으로 맑은 숨을 쉬는 참 좋은 날들이다.

가게 앞 공사판 일꾼들의 손길들도 어제는 제법 재게 움직였다. 날씨 탓인지 아님 바라보는 내 맘 탓인지는 모르겠다만.

연일 이어지던 비와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부쩍 웃자란 뒷뜰 잡풀들을 베며 땀 흘리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이 또한 숨 들이 내쉬기 좋은 날씨 덕이다.

이런 날에 꽃들이 건네는 인사를 받노라면 세상 시름 잠시 놓게 된다.

한 주 사이에 호박 넝쿨들은 커다란 호박덩이들을 맺었다. 봄에 미처 먹지 못한 알감자 여나무개가 싹을 튀어 텃밭 한 구탱이에  심었었는데 오늘 한 스무 곱은 넘게 거두었다. 조물주의 시간은 늘 같은 걸음이건만 조바심은 늘 내 몫인 듯 하다. 감자와 호박의 가르침이다.

아들 며느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 며늘아이를 위해 꼬리곰탕을 끓이고, 아내는 그 국물로 미역국을 끓이다. 며늘아이가 좋아하는 연어구이도 곁들이다. 고기 좋아하는 아들 녀석을 위해 스테이크와 돼지 등갈비를 굽다. 오늘 새로 시도해 본 등갈비 요리 방식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 재미의 맛이라니!

저녁식사 중에 아들 녀석이 건넨 말이다. “아빠! 우리 아이 이름 지어 주세요!”

어쩜 올 안에 나도 진짜 할아버지가 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