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아 나섰던 나흘 짧은 여행길, 돌아오니 그저 찰나(刹那)였다. 허나 참 좋은 벗 내외와 우리 내외가 함께 했던 그 짧은 시간들을 내가 기억 하기에 따라 내겐 영원(永遠)이 될 수도 있을 터.
함께 느긋하게 먹고, 천천히 걷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아내들이 쇼핑하는 즐거움을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구름 속에서 만난 신(神)에게 드리는 감사다.
보잘 것 없는 내 삶 뿐만 아니라 내가 함께 하는 가족들과 이웃들 나아가 뉴스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하시는 신을 나는 믿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시고 평등하신 은총을 내리시는 신을 믿는다.
오늘 살아 숨쉬는 모든 삶 뿐만 아니라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어 간 이들과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내일의 생명과 함께 하시는 신을 믿는다. 이른바 역사와 함께 하시는 신을 믿는다.
허나 신은 언제나 내가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넘어선 손길로 내 개인적 삶과 오늘이라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무리들과 어제와 내일을 아우르는 역사 속에서 일하심을 믿는다.
일테면 내가 생각하는 내 자신이 행한 선과 악의 행태를 가름하는 잣대로 상과 벌을 주시는 일은 절대 않는다는 사실, 또는 도둑놈 강도 나아가 타락하여 저열하고 비겁하고 무자비한 권력자들에게 벼락을 내려 일거에 몰살 시켜 버리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믿는다.
신은 오직 그만의 깊고 독특한 방법으로 일하심을 믿는다.
때론 엇나간 내 삶을 향해 ‘사람되기’를 촉구하시는 그 방법대로 뉴스 속 답답한 세상사를 향해 신은 오늘도 기다리시며 그의 뜻을 헤아리도록 일깨우시는 일을 쉬지 않고 있음을 믿는다.
‘사람되기’를 일깨우시는 신의 소리를 듣고 사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짧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구름 속에서.
오직 감사함으로.
7.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