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에

사흘 째 낯설게 붉은 빛으로 다가오는 아침 해를 마주한다. 그리고 온종일 잿빛 하늘과 때론 타는 냄새와 함께 다가오는 탁한 공기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사흘 째다.

이런 날씨가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일기 예보다.

캐나다에서 일어난 산불 탓 이라는데, 그 산불의 규모가 가히 한반도 크기를 태우는 정도란다.

뉴스는 대기 오염 지수가 상당한 오염 단계에 이른다며 특히 노인들,  심장이나 폐질환 환자들은 조심하고 집 안에 머물라고 권고 한다.

제기랄!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노인 나이에 심장과 폐에 이상이 있다는 가정의의 소견에 따라 전문의의 처방을 앞두고 있는 내가 무시할 수 없는 권고였다.

흐흐흐… 하며 혼자 작은 웃음을 웃다. 노인, 심장, 폐… 어느날 문득 나와 가깝다며 찾아 온 말들이다.

곰곰 따져보니 살아 온 모든 걸음걸음 마다 만난 것은 낯섦이었다.

그 낯설음을 벗 삼아 여기까지 이른 세월 돌아보면 그저 감사 뿐.

*** 사흘 전 아침 내 뜰에서 노니는 여우와 사슴들을 보며 순간 든 생각이었다. “참 좋다.” 놈들이 망쳐 놓는 내 작은 텃밭의 작물과 화단의 꽃들은 잠시 잊고.

무릇 모든 아침은 낯설어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