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자서전을 읽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그것도 건성건성 책장을 훑은 것이 아니라 500쪽이 넘는 이야기들에 홀리듯 빠져 본 일은 아마 거의 수십 년 만의 일일게다. 누군가의 자서전으로 말이다.
<축의 시대>를 쓴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의 자서전 <마음의 진보>이다. <(The Spiral Staircase(나선형 계단)>이라는 원제를 <마음의 진보>로 소개하는 역자 이희재 선생의 번역은 원저자의 생각에 내가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여 참 좋았다. 역자의 우리말(한글)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이즈음 한국뉴스들을 보며 느끼곤 하는 절망감을 상쇄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한참 꿈 많았을 십대 나이에 신을 만나려는 꿈으로 수녀가 되어 칠 년을 보내다가 훌훌 털고 세상으로 나와 옥스퍼드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선생을 하다가 다시 종교를 찾아 돌아간 그의 삶을 이야기한 책이다.
다만 그녀가 찾은 종교는 카톨릭도 아니고 개신교는 더더욱 아니고 이슬람을 품었으되 그도 아니었으며 탈무드에서 석가, 공 맹자 우파니샤드 등등 두루 다 만났으되 그 역시 아니었다.
이야기 거의 마무리 부분에서 그녀가 하는 말이다.
<공감은 물론 동정이나 연민과는 다르다. 공감은 같이 느끼는 것이다.>
<공감은 이스라엘의 예언자에게도, 탈무드의 랍비에게도, 예수에게도, 바울로에게도, 마호메트에게도, 또 당연히 공자, 노자, 붓다, 우파니샤드의 현자들에게도 리트머스지였다.>
그녀가 찾은 종교의 가장 깊은 원천이자 궁극의 자리는 ‘아픔’을 깨닫는 일이요, 그 아픔을 ‘공감’하는 일과 행위야말로 참 종교에 빠지는 일이요,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저자의 시각으로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영국사회를 돌아보는 이야기들은 덤으로 얻는 수확이다. 내가 살아왔던 그 시대 경험들과 그 시대에 내가 느꼈던 영국에 대한 환상의 거리를 느껴 본 재미 또한 크다.
- 누군가는 역사의 진보란 나선형으로 발전해 나간다 하였다지. <마음의 진보> 역시 <나선형 계단>을 밟고 오르는 일일수도.
- 이즈음 뉴스 속 종교는 누군가의 아픔을 이용해 가르고, 억압하고, 멸시하고 나아가 지배하려는 이야기들로 다가오곤 한다만.
- 뜰을 가꾸며 깨달은 작은 생각 하나. 애지중지 보살펴 키운 꽃 한 송이 보다 손길 닿지 않은 곳에서 잡초 가운데 얼굴 내민 들꽃의 가늠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