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한때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일대 유행을 탓던 시절이 있었다. 그 유행 따라 나도 책을 사서 읽었었다.  그 책은 철저히 미국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한국에서 유행했던 일이 조금 이해 되면서도 이해 안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의 원제는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이다.  직역하자면 <정의 : 해야 할 옳은 일은 무엇인가?>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마이클 센델은 정의(正義, Justice)가 무엇인지를 정의(定義, definition)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책의 말미에서 정의(正義, Justice)를 이해하는 세 가지 접근법을 말하면서 그 중 그가 선호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찰하는 것”이라고.

어제 부활주일 나는 몹시 바쁜 하루를 보냈었다.

철이 철인지라 내 생업이 조금 바빠 이른 아침부터 가게에 나가 밀린 일들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와 장인, 장모 묘소를 잠시 둘러 보며 부활절 인사를 드렸다. 오지랖 넓게 벌려 놓은 집 뜰 흙놀이에 빠졌다가 시간되어 부랴부랴 필라로 올라가 필라델피아 촛불행동 집회에 함께 했다.

어제 함께 했던 스물 남짓한 이들 모두 나와 엇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일 게다.

너나 없이 먼 거리를 달려와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모인 까닭은 바로 ‘오늘 공동선(善)을 생각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을 외쳐 보자는 뜻 때문이었다.

뜻 맞는 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늘 크다.

거창하게 ‘정의’ 운운하며 치장하지 않아도 ‘내가 하는 일’에 부끄럼 없이 옳다는 뜻 하나만으로  누리는 기쁨이라니!

정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