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023

며칠 비가 내리더니 내 뜰에 그 비 타고 봄이 내려 앉았다. 이른 아침엔 쌀쌀 하더니만  삽질 몇 차례로 이내 땀이 배는 봄이다.

여름에 꽃피는 구근들과 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

이렇게 누리는 오늘 하루가 참 좋고 감사하다.

오늘을 감사할 수 있음을 나는 성서로부터 배웠다. 내가 배우고 이해하는 한, 성서는 철저히 오늘 내가 서 있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하여 어떤 조건이든 오늘을 누릴 수 있음은 그저 감사이며 은총이다.

저녁 나절,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이 오늘의 한국 현실을 고뇌하며 발표한 성명이 내게 은총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 1974년 내 젊음을 뜨겁게 달구던 이름 가운데 하나다. 그 이름이 이제 내게 은총으로 다가섰다.

감사와 은총은 언제나 행동으로 이어지게 마련.

밭 가는 이들의 봄은 땅을 뒤엎는 일부터 시작할 터.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