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에게

시간이 바뀌어 낮시간이 사뭇 길어진 날, 흙과 함께 놀았다.

비록 두 내외가 일구는 농원이지만 내겐 대농장 주인인 벗이 한 번 심어 보라고 건네 준 묘목들을 심었다. 매화, 무궁화, 배나무, 블랙베리, 오미자 등속들이다.

‘비록 작은 텃밭이지만 흙과 놀 때 잡념이 없어 참 좋다’는 내 말에 벗이 내게 건넨 가르침이다. ‘진짜 잡념을 없애려면 잡초를 뽑아! 그게 잡념 떨쳐버리는 지름길이지!’

오늘 흙과 놀다가 문득 그의 교훈을 되씹어보니 그게 삶의 진리였다.

곡식이든지, 푸성귀든지 아님 꽃이나 나무든지 일테면  그게 사는 멋 또는 맛이라고 한다면 그를 방해하는 잡초의 훼방은 얼마나 끈질기고 강하더냐!

그저 무심히 그 잡초 없애는 일을 동무 삼는 일, 그게 바로 흙과 진정 어울려 노는 일이 아닐까?

그 한 해의 동무 찾아 텃밭에 올해 첫 씨앗도 뿌렸다. 상추, 케일, 시금치, 고들빼기 등이다.

늘 함께하는 깨동무가 있다는 생각으로 걱정없이 씨뿌리는 하루 하루를 누릴 수 있기를…

벗에게 그리고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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