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잊지 말아라!’, “적어 놓아라!”, “꼭 인사 전하거라!” 거듭 되뇌이시는 아버지의 당부였다. “그게…. 그게… 쉬운 일 아니야! 섣달 그믐날… 나같은 사람 찾아 주는 거… 인사 꼭 전해라!”

딱히 식사량이라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줄어든 끼니처럼 아버지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작아들고 있다. 물 몇 모금으로 점심 끼니를 채우신 아버지는 연신 어제 당신을 찾아 주셨던 배목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라는 당부를 이으셨다.

오늘이 설날이라고 짚으실 만큼 정신은 아직 맑고 또렷하시다.

어제 섣달 그믐날, 아내와 함께 이런저런 밑반찬 만들어 싸들고 딸네 집을 찾았었다. 결혼 후 장만한 첫 집, 정리도 대충 끝났다 하여 나선 길이었다.

고마움, 기특하고 대견함 그리고 함께하는 이런 저런 염려들을 꾹꾹 눌러 숨기고 딸과 사위와 함께 꼭 기억할 만한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

멋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며칠 전 생일을 보낸 사위가 내게 건넨 부탁이었다. “제 나이에 걸맞는 좋은 말씀 하나 해주세요.”

나는 사위에게 변변한 도움말을 건네지는 못하였다. 다만 그 순간 내 머리 속을 스쳐간 것들 두가지. 아이들 거실 벽에 걸려있는 바깥사돈이 지금의 사위 나이 즈음에 그리셨다는 그림들과, 내가 지금의 사위 나이 때 아버지와 단 둘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시간이었다.

그 생각들이 딸과 사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되어 내가 건넨 말이었다. “이제껏 지내 온 건실하고 건강한 맘과 몸을 이어 갔으면 좋겠네. 늘 감사함으로.”

곰곰 따져 생각해 보니 어제 음력 2022년 섣달 그믐날, 아버지와 나는 꽤나 행복하였다.

설날 저녁, 떡국 한 그릇 나누고 돌아간 아들 내외에게 딸네 집에 싸들고 간 똑같은 밑반찬 전해주며 드린 내 속 기도.

바라기는 올 한 해도 지금 누리는 행복을 잊지 않고 살 수 있기를…

행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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