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부터인가 내 책상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는 달력 하나, 4.16재단에서 만든 세월호 달력이다.
“이 달력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달력 속에 글 내용은 이들을 떠올리며 한 줄 한 줄 담았습니다.” – 달력을 소개하는 글이 담긴 달력 첫 장을 넘기면 <존엄과 안전에 대한 4.16인권 선언>이 펼쳐진다. 지난 해에 이어 다시 한번 꼼꼼히 새기며 읽어 본다.
선언문을 맺는 말이다.
“또한 우리는 다짐한다.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난과 참사, 그리고 비참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할 것임을. 우리는 존엄과 안전을 해치는 구조와 권력에 맞서 가려진 것을 들추어 내고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
그렇게 넘긴 달력, 정월의 선언 <우리는 4월 16일을 잊지 않았습니다.>이다.
이 달력이 내 책상 가까이에 놓이기 까지 여러 손들을 거쳐왔을 것이다. 그 손길들 가운데 내게 가장 가까이 곳에서 <존엄과 안전에 대한 4.16인권 선언>에 함께 하는 ‘수많은 우리’중 하나가 된 ‘필라 세사모’ 벗들이 있다.
“상실과 애통, 그리고 들끓는 분노로 존엄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위한 선언을 함께 외치더라도 결코 날카롭지 않게 삶의 넉넉한 감사를 공유하며 함께하는 ‘필라세사모’ 벗들이다.
벗들 하나 하나 얼굴들을 떠올리며 새해 기도를 드린다.
“함께 살고 함께 나누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벗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