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를 다녀왔다. 좋은 사람들 만나려고 오가는 길은 즐겁다. 필라세사모 새해 맞이 모임이었다. 비록 서른 남짓 조촐한 저녁 모임이었지만, 올 한 해를 맞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자리였다. 자리를 마련한 이들에게 드리는 감사가 크다.
지난 한 해 참 좋은 친구들이 해 온 일들을 정리해 보여주는 동영상 자료를 보며 괜스레 눈가가 붉어졌다.
어느새 입 다물어 소리내지 않는 쪽이 내게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모처럼 이런 저런 우리들이 아직은 함께 이어가야만 하는 이야기들에 빠져들어 수다스런 저녁 시간을 즐겼다.
내려오는 길, 아내와 나는 우리시대의 노래꾼 김민기의 노래를 들으며 왔다.
옛 노래는 옛 회상으로 즐겨야 하는 법인데, 여전히 오늘을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는 세상은 조금은 슬프다.
그렇다 하여도 더운 가슴으로 아프고 모진 세월을 안고 이겨내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서로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찾아내고 알려주며 함께 나아가며 부르는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게 흥얼거려보는 노래.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이다.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 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 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새 하얀 눈 내려 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참 좋고 아름다운 벗들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