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연휴, 아이들이 찾아와 사흘을 아무 생각없이 쉬었다. 갑자기 다가온 매서운 추위 때문이기도 하였고 사위와 딸이 애지중지하는 애완견과 함께 갈 수 있는 마땅한 곳도 없어 집에서 그저 편히 쉬었다.
늦은 나이에 음식 만드는 일을 즐거워 하게 된 내가 그저 대견 스럽고 감사한 연휴였다. 먹성 좋은 아들과 조금은 섬세하게 준비해야하는 며느리와 내가 결코 큰 소리치지 못하는 딸아이와 사위 입성까지 생각하며 마련한 밥상을 차려 놓고 흐믓해 하는 내 즐거움이라니!
가족들이 모이면 늘 부엌에서 하루를 보내셨던 어머니께 내가 역정을 내며 물었었다. “아니 뭘 힘들게 혼자 다 할려고 해요? 나누어 하든가 조금씩만 하든가!” 그럴 때면 하셨던 어머니의 대답, “이 눔아! 내 몸 놀려서 많은 식구들이 잘 먹는 거…. 그게 얼마나 좋은 지 넌 아직 몰라서 그래.”
그 어머니 흉내 낸 사흘이었다.
돌아보면 모두 흉내 짓으로 이어온 내 삶이지만 흉내의 대상이 결코 부끄럽지만은 않다.
그래 감사다.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아내 몫이었다.
그게 또 감사다.
또 한 해를 내려놓는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