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뉴스가 비현실적으로 다가 올 때가 많다. 허긴 그래야 뉴스가 되기도 하지만. 이즈음 한국 뉴스는 더더욱 그러하다.

비현실적이라고 했지만 대개는 내 무지한 탓이지 조금만 주의 깊게 보았다면 예견할 수도 있는 소식들도 많다. 그런데 정말 꿈에서 조차 만나기 싫은 소식들을 듣거나 볼 땐 ‘아하! 다시는 한국뉴스 보지 말아야지!’하는 다짐을 놓곤 한다. 물론 그 때마다 며칠 이어지지 못하는 다짐이지만.

꼽아보니 노무현대통령 서거, 세월호 참사, 조국 교수의 무너짐 그리고 최근의10.29이태원 참사 등은 마치 꿈을 꾸듯 다가 온 비현실적 뉴스들이었다.

비록 내가 다시는 돌아가 살지 못할 곳이지만 꿈 속에서 마주해도 아파할 소식을 듣노라면 내 삶의 연은 아직은 그 땅에 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더하여 내가 그 땅에서 살았던 시절의 구호들, 이젠 박물관의 유물로 박제되어도 마땅할 일천 구백 칠 팔 십년 대   그 낡은 구호들, 일테면 반(反)민주, 반 민중, 반 노동, 반 통일, 반 평화 정권 타도의 구호들이 다시 절실해 진 뉴스들을 보며….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모이는 곳에 머리 수 하나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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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온 종일 쏟아져 내리는 비 탓에 가게가 한산한 날이었다. 겨울철 이런 날이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아이고 그저 감사하거라! 이 비가 눈이 되어 이렇게 내렸어 봐라, 여러 날 장사 망치지 않았겠니?’

그 말씀 생각나 비 탓 아닌 비 덕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여유를 누렸다.

이즈음 내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언제 은퇴하시나?, ‘언제까지 일 하시려나?’.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이다. ‘계획 없고요.’ 또는 ‘글쎄… 그저 일할 수 있을 때 까지…’

한 해가 다 가고 이젠 일반적인 통념으로도 꽉 찬 은퇴 나이를 맞이하는 때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왜 없겠느냐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은…’

가게 한 켠엔 딸아이가 엄마 생일에 보내 준 꽃들이 아직 화사하고, 그 꽃을 보며 이야기 꽃 피우는 손님들이 있고, 내리는 겨울 비 바라보며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일터에 아직은 그저 감사 뿐.

온종일 겨울비 내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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