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종일 쏟아져 내리는 비 탓에 가게가 한산한 날이었다. 겨울철 이런 날이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아이고 그저 감사하거라! 이 비가 눈이 되어 이렇게 내렸어 봐라, 여러 날 장사 망치지 않았겠니?’
그 말씀 생각나 비 탓 아닌 비 덕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여유를 누렸다.
이즈음 내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언제 은퇴하시나?, ‘언제까지 일 하시려나?’.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이다. ‘계획 없고요.’ 또는 ‘글쎄… 그저 일할 수 있을 때 까지…’
한 해가 다 가고 이젠 일반적인 통념으로도 꽉 찬 은퇴 나이를 맞이하는 때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왜 없겠느냐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은…’
가게 한 켠엔 딸아이가 엄마 생일에 보내 준 꽃들이 아직 화사하고, 그 꽃을 보며 이야기 꽃 피우는 손님들이 있고, 내리는 겨울 비 바라보며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일터에 아직은 그저 감사 뿐.
온종일 겨울비 내리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