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성경을 심히 공박(攻駁)하는 사람들이 ‘모세가 백 이십 살까지 살았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믿음이라는 게 다 헛것이다’ 라고 하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암만, 당시만 해도 나이 칠십이면 정말 오래 살았다는 소리 듣던 시절이었다. 백세시대라고 하는 이즈음에 나이 백 이십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거니와, 나이 칠십은 노년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허나, 모든 믿음이란 게 각기 제 맘과 제 생각에 달린 일인 것이고, 나이 칠십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만큼 산 것을 깨닫는 나이 아닐까? 어쩜 그게 내 믿음이기도 하고.
사실, 나이가 뭔 상관이랴! 예수처럼 서른 셋을 살든, 모세처럼 백 이십을 살든, 동박삭이처럼 삼천갑자를 살든 제 나름의 뜻에 따라 살다 가면 족한 삶이 아닐런지.
내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세상 어지럽기는 매양 마찬가지다만, “내 힘이 닿는데 까지 끝까지 싸우다 갈거야.” – 그 맘과 몸짓으로 살다 가신 어른들 여럿 생각 나고, 오늘도 여전히 그리 사는 이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그들의 싸움은 평화롭게 더불어 함께 살아갈 이웃의 지경을 넓히는 일이었으므로.
오늘도 제 힘 닿는데 까지 작은 싸움들을 이어가는 내 참 좋은 이웃들을 생각하며.
*** 내가 살았던 남쪽을 ‘겨울 공화국’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내 푸르게 젊었던 날들을 보낸 시절이었다. 이제 노년의 초입에 서서 그 남쪽이 ‘사기(詐欺)단 독재 공화국’으로 변한 모습을 본다.
허나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낙관적이다. “내 힘이 닿는데 까지 끝까지 싸우다 갈거야.”하는 민(民)이 있기 때문이고 그 민이 곧 신(神)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견했던 일이다만 나도 조만간 이웃 필라 한인 상가 앞에서 촛불과 깃발 들고 싸움에 또 나서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