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모국어

이즈음 내 목소리는 참 싫다. 듣는 일은 물론이고 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내 것 같지가 않다. 소리는 점점 가늘게 높아지고, 쓸데없이 빨라지는 내 목소리를 느끼는 순간 나는 움찔하며 입을 닫곤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영어야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말도 이젠 참 어눌해져 내 머리 속 생각을 차분히 내어 놓는 일이 쉽지 않다. 하여 말수는 점점 줄어 든다.

그렇다고 불편한 일은 없다. 비록 돋보기 도수도 점점 올라가 글을 오래 보는 일조차 버거워 지기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새롭게 느끼는 촉은 예전보다 예민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한번 꽂히는 일을 곱씹고 되새겨 보는 즐거움들이 새로 그 자리를 채우기 때문이다.

그래 다 저마다 제 자리에서 살기 마련일게다.

아침마다 스쳐 지나가곤 하는 옥수수 농장에 가을걷이가 시작되었다. 농장에 봄꽃 가득하던 게 그야말로 바로 엊그제였는데…

맞다! 나는 여름을 너무 쉽게 잊곤 한다.

그 여름을 보내는 내 뜰도 가을을 맞이했다.

나도 이젠 시간을 쫓아 계절을 맞는다.

시인처럼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워 보는 시간을.

목소리도 말도 글도 아닌 온 몸으로 느끼는 사람 됨으로. 어차피 모국어란 신에게 닿아 있는 부호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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