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놀며 즐기는 기쁨 가운데 가장 큰 것을 꼽자면 단연 씨 뿌린 후 올라오는 새싹들을 바라 볼 때이다.
엊그제 처서處暑)도 지나갔다지만 내 일터는 여전히 찌는 더위였다. 하루의 피로를 안고 돌아와 며칠 전 뿌렸던 가을 채소 씨앗들이 파란 새싹들로 변신해 올라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인다.
이 나이에 철딱서니 없게 과한 말일지라도, ‘이 경이로움이라니, 아름다움이라니!’
살아오며 내가 누렸거나 내 곁을 스쳐간 경이로움과 아름다움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비록 내 삶 속 느즈막한 순간일지라도 텃밭의 즐거움을 허락해 주신 신께 감사! 그 감사를 느끼는 내 대견함을 허락하심에 또 감사!
마치 높은 가지 위에 앉아 있는 새가 된 듯이 읊조려보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