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
오랜만에 세탁물을 찾으러 온 그의 얼굴은 텁수룩하게 기른 턱수염 탓인지 매우 수척했다. “장사는 좀 어때?”라며 묻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은 좀 공허했다. “뭐, 그저 그렇지만 아무래도 여름철이라 한가한 편…”이라는 내 대답에 그가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 틈새로 아내가 그에게 물었다. “어떠세요? 부인께선….”

잠시 두 눈을 껌벅 이던 그가 입을 뗀 말, “떠났어요.”

나보다 몇 살 위인 Charlie는 삼십 년 가까운 내 단골이자 내 이민생활의 좋은 멘토였다. 큰 회사의 중견간부로 있다가 은퇴한 후 그와 그의 아내는 이런저런 병마와 싸우며 지냈다. 그는 지팡이를 벗삼아 내 가게를 들락이면서도 늘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었다.

어제, 아내가 세상 떠난 짧은 인사를 던지고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이 남긴 그 공허한 잔상이 아직 내게 이어지고 있다.

2.
이번 주말, 살아 생전에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외길 걸었던 선배의 삼주기 기일을 맞아 필라 인근에 사는 그의 후배들이 함께 하려 했었다.
그러다 듣게 된 참으로 느닷없는 부음(訃音). 선배의 아들 노릇했던 아직 쉰 나이에 이르지도 못한 맏사위의 갑작스런 떠남.

그 부음을 알리는 선배 가족의 알림. “……..정말 통탄스럽게도……담에 연락할 때는 정말 더 밝은 소식으로 만나기 바래요.”

아직 내 속 아림이 이어지고 있다.

3.
죽음 앞에 서면 나는 예수쟁이가 된다. 더욱 예수쟁이가 되고 싶다. 죽음이란 단지 어딘가 닿을 또 다른 떠남이기에. 하여 오늘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종말론적 삶을 재촉하는 깨침이기에.

… Charlie와 선배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