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덕에 또 다른 세상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통해 누린 즐거움과 느긋한 쉼은 친구가 우리 부부에게 덧붙여 얹어 준 선물이었다.
엊저녁에 친구의 맏딸 결혼 피로연이 워싱톤 D.C. 북쪽 Rockville에서 있었다.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서 시간에 맞추어 오가면 자정 전에는 족히 집에 올 수 있다는 생각에 별 다른 계획을 세우진 않았었다.
그러다 두어 주 전 쯤 맘이 바뀌어 내친 김에 쉬었다 간다고 주말이니 근처에 걸을 만 한 곳 찾아 아내와 함께 걷다 오자는 생각에 필라 이길영선생께 좋은 곳 추천을 받아 야무진 주말 계획을 세우고 나섰었다.
친구 내외는 중국 음식을 참 좋아한다. 그 덕에 우리 부부가 이곳 저곳 중국 만두와 국수와 오리요리들을 비롯해 새로운 세상 구경 여러 번 하였다.
그리고 엊저녁, 친구 내외가 맞은 맏사위는 중국계였고, 피로연이 열린 곳은 중국 식당이었다. 이젠 사십 년을 향해가는 내 이민일지 중에 한 순간 가장 많은 중국인들과 마주하게 된 자리에 앉아서 나 혼자 웅얼 거렸던 말, ‘친구답구먼, 사위 잘 보았네!’
왈 대륙 미국의 심장부 워싱톤 D.C. 부근에서 중국 대륙의 잔치를 보는 신비함이라니! 정말 큰 잔치였다. 그 왁짝지걸 흥이 넘치는 자리는 내가 이민 와서는 처음일게다.
친구와 그의 맏사위의 착한 웃음이 닮아 있어 참 좋았다. 친구 아내가 부끄러운 듯하게 짓는 넉넉한 웃음과 잔치의 주인공이었던 친구 딸의 당당한 모습은 내 친구가 누리는 어제의 축복이었다. 모처럼 얼굴 마주한 한 동네 오래 살아 내 친누이 같은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한 즐거움도 참 컸다.
그리고 오늘, 더워도 너무 더웠다. 화씨 백도에 이르는 더위가 아침부터 시작되어 걷는 일은 포기 하였다. 다만 두 시간 걸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하루 길 잡아 쉬며 쉬며 서두르지 않고 돌아 돌아 왔다.
폭포 구경도 하고, 워싱톤 D.C. 남쪽 한국식당에서 간만에 제대로 된 한국 맛 외식도 하고, 바다 구경도 하고, 바다 위에 놓인 긴 다리도 건너고, 한 동안 사방 옥수수 밭 사이 마치 비행기 활주로 같은 탁 트인 도로를 달리며…. 그렇게 느긋하게 하루 해를 보낸 감사를….
내 참 좋은 친구 내외와 그의 딸과 사위에게.
***걷기 좋은 곳 추천해 주신 이길영선생께 빚진 맘 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