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보챔을 이루어 드린 날, 누이들과 매형이 함께 했다.
한 해 반전에 쓰러지신 뒤 나선 아버지의 첫 나들이였다. 그 동안 몇차례 장기요양시설과 병원을 앰뷸런스를 타고 오가시긴 했었으나 건강한(?) 상태로 여유로운(?) 바깥 나들이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때론 오락가락하시지만 그래도 아흔 여섯 연세에 비하면 정신은 맑으신 편이시다. 다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전혀 안되시는 답답한 형편을 그런대로 잘 견디어 내시는 아버지의 보챔은 달 포 전부터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잠들어 계시고 당신께서 누우실 곳에 한 번 꼭 가보시고 싶다는 소원이었다. 그 보챔을 달램 반, 이루어 드린다는 맘 반으로 쉽게 “알았다”고 대답했던 누나가 무척 애를 많이 썼다.
가능한 차량과 인력을 준비하는 일, 아버지의 건강과 그 날의 날씨 상태에서 부터 형제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까지 그렇게 어찌어찌 짜맞추어 이루어진 아버지의 나들이였다.
비록 초복을 코 앞에 둔 더운 날이었지만 오늘 아침 무렵 어머니가 누어 잠들고 계신 곳은 잔디들이 포근하다고 느낄 만큼 참 좋은 날씨였다.
소원을 이룬 아버지는 좋아라 하시며 우리들에게 “수고했다”를 몇 차례 이으셨다.
아버지는 물론 우리 형제들도 이젠 새롭게 맞이하는 삶의 변화들과 불확실함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길들여진 나이들이 되었다.
큰 맘 먹고 나선 아버지의 나들이에 함께 한 누이들과 매형을 통해 세월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뗄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생각들을 되새긴 하루였다.
*** 참 좋아라 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오간 차량 운전사와 간호 도우미 하신 분들께 특별한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