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뻔질나게 오가던 길이었는데 이젠 거의 뜨막하다. 더더우기 한국시장을 가려고 따로 나섰던 게 언제였던지 가물하여 기억조차 없다. 그렇게 모처럼 나섰던 필라델피아 한국 음식 장보기였다.
장보기 목록에 따라 대충 물건만 담아 부랴부랴 오간 길인데도 족히 4시간이 걸렸다. 이젠 이 길을 드나드는 간격은 더욱 멀어질 듯하다.
돌아오는 길, 어두운 하늘에 번개가 쉴 새 없이 번뜩이더니만 거센 빗발이 내리쳤다. 집에 거의 다다를 무렵엔 햇빛이 반짝이며 내리는 비를 보석으로 만드는 요술을 부렸다.
빗발이 완연히 잦아든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던 앞 집 사내가 막 차에서 내리는 우리 내외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쳐 인사를 건넸다. “와우! 저기 저기 쌍무지개! 쌍무지개!”
하여 쳐다 본 하늘에 뜬 쌍무지개.
내가 느끼는 시간과 거리란 하늘 비 그리고 무지개 앞에선 그저 찰라이거나 한 점일 뿐.
그저 순간 쌍무지개 아름다움에 넋 빼앗겨 족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