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아주 덥다. 세탁소의 여름은 내 나이와 상관없이 예나 지금이나 그냥 덥다. 여름철 장사가 좀 한가해진 것은 어쩜 내게 주어진 피서(避暑)일 수도 있다.
피서 놀이 해보라는 듯 잽싸게 빠른 작은 새 두 마리가 세탁소 안으로 들어 와 온 종일 내게 씨름을 걸어왔다. 놈들을 가게 밖으로 좇아 내느냐고 온갖 짓을 다해 보았지만 가게 문 닫기까지 땀 흘린 헛노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놈들은 내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은 천장 위에서 나를 놀렸으므로.
문 닫기 직전에 같은 샤핑센터 안에 있는 애완동물 가게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새를 잡는 도구나 쫓아내는 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뾰족한 방법을 아는 바 없다며 새모이 한 봉지를 거저 주면서 하는 말이었다. “이 모이를 이용해 보시구랴!”
구글과 유튜브를 통해 알아낸 방법을 흉내 내어 새 잡는 덫을 엉성하게 만들어 그 안에 거저 얻은 새모이 듬북 넣어 놓고 가게 문을 닫았다.
피서놀이 치고는 참 원치 않은 일이었다.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게 어디 놀이 뿐이랴! 사는 게 어쩌면 원치 않는 일들을 헤치며 나아가는 과정의 연속 아닐까? 나이 든다는 것은 그 연속을 덤덤하게 받아 들이거나 나아가 그 안에서 즐거움까지 찾아내는 일 아닐까?
내 세탁소가 있는 샤핑센터는 두 해 째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무더위 보다도 더욱 지루하다.
저녁상 물리고 뒤뜰에 나가 앉으니 더위 가신 시원한 바람 한 점이 나를 도닥인다. ‘에고, 이 사람아!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이 더위와 겨우 새들의 놀림에… 쯔쯔쯔…’
복중(伏中) 더운 하루가 지나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