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피난지였던 부산에서 태어났다고 하지만 내 기억속엔 없다. 내 고향은 서울 신촌이다. 창천동, 대현동, 대흥동을 전전하는 세방살이, 내 유년을 지낸 곳들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던 해에 우리 집과 내 방을 가졌던 노고산동에서 서른 나이에 이르기 까지 살았으니 신촌 골목 골목이 내 고향이다.
여러 해 전에 찾아 간 신촌은 내 기억과는 사뭇 다른 세상이었다. 그 때까지 연세대 앞에서 개업의를 하던 고향 후배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내 말에 응수한 말이었다. “아이구 형님, 서울에서 여기만큼 안 바뀐 곳도 드물어요, 여긴 옛날 그대로인거예요.” 나는 그에 말에 전혀 동의하지 못했었다.
지금의 신촌은 또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다만 내 고향 신촌은 일천 구백 육 칠십 년 대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무릇 고향이란 그런 곳일게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집을 찾아 온 딸아이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자고 하였다. 아들 녀석도 종종 찾는 곳이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아내가 종종 찾는 우리 동네 아이스크림 집이다.
이젠 이 곳을 떠나 돌아 올 생각이 없는 내 아이들에겐 고향에 대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곳이다.
딸과 사위 앞세우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은 날, 아내와 나는 아이들의 고향이 되었다.
***고향 – 고향을 추억하는 한 오늘은 마땅히 살아 즐거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