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에

화초나 푸성귀들을 위하여 들이는 내 공은 가히 크다만 잡초들 앞에서는 딱 한 주간만에 무위(無爲)가 되기 일쑤다.

하여 다시 화단과 텃밭 잡초와 씨름하고 있던 아침에 그녀가 방문하였다. 삼십 년 넘게 한 동네에 살다 보니 긴 말 나누지 않아도 그저 어릴 적 동무 같은 이다.

나는 ‘여보~ ‘하며 아내를 불렀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가 혼잣말로 한 소리였다. “아이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

그랬다. 오늘 그녀의 평범함과 나의 평범한 일상의 차이였다.

오랜만에 담소를 나누고 그녀가 떠난 후 다시 잡초들과 씨름을 하며 내내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 ‘평범함에 대한 감사’였다. 그저 내 모습대로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음에 대한 감사였다.

그녀 역시 평범한 그의 일상을 즐기며 사는 듯하다.

나이 든다는 게 별게 아니고 믿음이라는 것도 별게 아니라는 건방이 하늘을 찌를 둣한 오늘, 그 역시 내 평범함 뿐일 터

아침엔 분명 보이지 않았던 고추, 오이, 호박 그리고 블루베리 열매들과 한 나절 만에 얼굴을 바꾼 꽃들도 그들에겐 평범한 일상일 터이니.

하루 잘 쉬었다.

비록 무위(無爲)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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