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져 누군가의 경험을 일반화 시키는 일은 아주 무모한 일이 되었다. 비록 그 경험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이 다수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어 돌아보는 십대 나이 어린 시절의 추억은 아름답다.’라는 말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제와 돌이켜보는 내 십대 어렸던 시절의 추억은 부끄럽지만 내 살아 온 시절 가운데는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이었다.
일차 중학교 입학 시험에서 실패했던 내가 이차 시험을 통해 들어간 학교는 청운 중학교였다. 머리 빡빡 밀고 검정 교모와 교복을 입고 신촌에서 버스를 타고 신문로에서 내려 신문로 사거리에서 다시 전차를 타고 효자동 전차 종점에서 내려 언덕길을 한참 걸어야 닿았던 청운 중학교였다.
그렇게 여섯 해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청운 중학교와 경기상업고등학교, 내 십대 소년을 되돌아 추억해 보는 밤이다.
북악산(학교 때 교지 이름이 백악이었는데 북악보다는 나는 백악이 더 좋았었다) 기슭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며 품는 멋진 곳에 위치한 학교였다. 구글 검색을 통해 학교를 찾아보니 중학교는 완전히 옛 모습을 잃었으나 고등학교 건물은 예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청운동, 효자동, 통인동, 내자동 그 거리 거리와 골목골목들이 내 어린 시절 벗들의 얼굴들과 함께 내 머리 속을 마구 스쳐 지나간다.
그 누가 무어라 할지라도 지나간 모든 시간들은 비록 아릴지라도 소중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더하여 소년 시대의 추억이라면.
기억컨대 청운동 그 거리를 1972년 이후 밟아 본 적이 없다. 딱 오십 년이 지났다.
몇 해 전 일이던가? 세월호 가족들이 울며 걸어 닿은 곳이 청운동사무소 앞이라는 신문기사를 보며 옛 생각에 잠시 빠졌던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한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청와대 뉴스를 보며 돌아보는 옛 생각이다.
사람살이 종종 반동(反動)의 시간을 겪기는 한다지만, 오십 년 아닌 칠 십년 전 자유당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한국의 권부와 그 주변 소식들이 조금은 난감하다만….
잠시나마 내 소년에 대한 추억은 여전히 아름다울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