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이 매우 짧다. 그렇다고 음식을 가리는 쪽은 아니다. 어떤 음식이든지 먹을 만한 것이라면 가리지는 않는다. 이른바 혐오음식으로 알려진 것들도 대개는 거부감없이 먹었다. 물론 싫어하는 음식들도 있다. 일테면 고수(실란초Cilantro) 등과 같은 허브류 등 입에 안 맞는 것들은 거부하는 편이지만 질색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편은 아니다.
아무튼 나는 입이 짧다. 소식(小食) 곧 먹는 양이 적은 편이다. 대단한 건강 타령으로 그리 하는 것은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생긴 형편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냥 많이 먹지를 못하기 때문이고, 많이 먹어 배가 부르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입이 짧다. 그렇다고 반찬 투정을 부리지는 않는다. 그냥 있는대로 내 배 찰 정도로 잘 먹는 편이다만, 종종 내가 듣곤 하는 소리이기 때문에 나는 입이 짧다.
그런 내가 제일 좋아한다기 보다는 즐겨 찾는 것은 고추장이다. 아이들 다 집 떠나고 난 뒤, 아내와 나는 일주일에 거의 반반씩 음식과 설거지를 나누어 한다. 내 순번이 되었을 때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식 재료는 단연 고추장이 으뜸이다.
어쩌다 나 혼자 밥을 먹게 될 때엔 뜨듯한 밥 한 공기에 고추장 하나면 족하다. 참기름 몇 방울 더한다면 그 족함에 더할 나위 없다.
이런 내 입성을 캘리포니아 사돈 어른들이 어찌 아셨는지 고추장 한 병을 곱게 싸 보내 주셨다. 그냥 고추장도 아니고 커다란 대추알 박힌 대추 고추장이었다.
그 고추장 풀어 달달하고 얼큰하게 장칼(?)국수(엄밀히 칼국수라 할 수 없는 마켓에서 산 국수임으로)로 아내와 함께 저녁상을 즐겼다. 다음에 아이들 오면 칼국수 만드시던 어머니 흉내 내어 내가 직접 만든 장칼국수 한번 끓여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