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깊었었는데 그예 사단이 나고 말았다. 한 점 부끄럼 없이 탐욕스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똘똘 뭉친 기득권 세력들이 제 놈들 모습 쏙 빼어 닮아 완장 채워 내세운 윤석열이 대한민국 대통이 되었단다.
잘 싸운 듯 한데, 딱 한 치 모자라 칠 십 년 빌어 온 간절함을 이루지 못했다. 거의 다 와서 딱 한 치 앞에서라니.
또 한 번 한참을 뒷걸음질 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여 답답함이 밀려오긴 한다만, 무릇 역사가 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느린 걸음으로 사람사는 세상 또는 하나님나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내 믿음에 이르면 또 참을 만한 일이다.
다만, 한반도 역사를 등에 걸머지고 오늘을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받아 드렸던 이들이 아파하며 흘릴 눈물을 생각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솔직히 떠나 사는 내가 뱉는 이 말들은 모두 그저 사치에 불과하다. 내가 기껏 마주 할 앞으로의 일들이란 한반도의 위기를 전하는 신문을 들고 올 내 가게 손님들 또는 부끄러운 대한민국 뉴스에 대해 묻는 손님들을 만난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때론 인근 대도시 한인 마켓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내 모습을 상정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 땅에서 또 다시 치열하게 삶을 깍아내며 살아가야 할 이들을 생각하면 그저 아플 뿐이다.
참 아프다.
허나, 딱 한 치 앞까지 이르기에 칠 십 년 걸어 온 공동체이고 보면 조금 주춤해진 모습이라도 주눅들 일은 결코 아니다.
무릇 민(民)이 부서지면서 깨어 일어나 제 얼 바로 세워 이어가는게 바로 역사다.
오늘의 아픔으로.
-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