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덕에 말로만 듣던 과메기 맛을 보았다. 과메기란 놈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과메기라는 말을 들어 본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내게 과메기 맛을 보게해 준 친구 역시 그의 지인에게서 선물을 받게 되어 처음 마주하게 된 음식이란다. 우리들이 즐겨 먹던 건조 생선으로는 오징어, 굴비, 북어, 양미리 등이었을 뿐 한국에서 살 때 과메기란 음식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기는 서울내기들인 친구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과메기 뿐만 아니라 친구 아내는 생태찌개, 김치 찜, 삼겹살 수육 등 맛깔스런 음식들로 한 상을 차려 내어 우리 부부가 호사를 누린 어제 저녁이었다. 친구는 그가 담근 매실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이게 뒤끝이 참 깨끗해요. 맘껏 마셔도 내일 아침 거뜬할 겝니다.” 그의 말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실로 간만에 권커니 잣커니 하며 마신 술자리였는데 오늘 아침 맞이는 정말 가뿐했다.
엊그제 친구를 만난 것은 거의 삼년 만 이었다. 비록 가까운 거리에 떨어져 살지만 코로나 탓도 있고 그저 무심히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먼저 인사 치레를 건넸다. “아이고 날 잡아 오랜만에 한 잔 합시다.” 이어진 그의 응답이었다.”아이 뭔 날을 잡아요? 그냥 오늘 하면 되겠구만!”
그렇게 마련한 어제 저녁 자리였다.
서로 못 본 사이에 그는 이사를 했다. 그의 새집은 그의 농장을 한 눈에 조망하는 자리에 작고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친구 내외의 노년을 보낼 집으론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일찌감치 노년을 즐길 준비를 마친 그가 크게 부러운 저녁이었다. 근사한 저녁상과 매실주 반주에 대한 감사는 부러움의 크기보다 훨씬 컸다.
길고양이 두 마리를 보살펴 키우는 재미도 듣고, 구십 대 쇠약해지신 그의 어머니와 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 소식들도 나누고, 우리들의 노후에 대한 그저 쓰잘데없는 걱정도 나누며 적당히 오르는 취기를 즐긴 저녁이었다.
어쩌면 내게 과메기는 어제 밤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내겐 낯 선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구태여 특별한 음식을 찾아 나서지는 않는 내 성정 탓으로 보아 그런 생각이 든다.
다만 과메기 없이도 숙취 없는 매실주 없이도, 그저 참 좋은 친구들과 이따금씩이라도 얼굴 마주 하고 여유로운 담소를 나누는 시간들을 즐길 기회를 누렸으면 좋겠다.
친구내외에게 고마움을.